blahblah/당신과의 추억
재충전
unbeaten
2011. 2. 10. 01:03
부산 내려가서 일주일 정도 있었네. 일이랑 공부는 잠시 미뤄둔 채 아무 생각 없이 쉬러만 갔다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너무 좋았지. 우리 친구들이 전부 다 같이 모여서 함께 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으리라. 사실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하지만 모두의 추억의 장소였던 해운대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고, 플스방에서 위닝 내기를 하고, 고시원을 하는 친구 집에 모여 다 같이 카드게임을 하는, 여태까지의 우리 놀이방식과 별 다를 게 없는 이 평범한 만남을 가질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쉽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몇년 전과는 다른 고민들을 떠안고 있었다. 군대를 미뤄둔채 고시를 준비하는 친구의 고민. 휴학한 채 부산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의 고민. 나와 같이 학점과 스펙, 취업을 동시에 고민하는 친구의 고민 등등. 고등학생 때 만났던 우리들은 모두 수능 하나로 고민했지만 지금은 다들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몇 년 뒤엔 아마 다른 고민들을 하고 있겠지- 결혼에 관한, 승진에 관한 고민, 다들 자신들의 사회에 관한 얘기들을 하겠지.
과연 훗날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해운대에 기념사진 찍는 기계가 있더라
근데 표정이 영..
근데 표정이 영..
군대 얘기를 너무 자주 끄적거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군생활 때의 동료? 선후임이었던 애들도 다 같이 함께 만났다. 선임이든 후임이든 내게는 죄다 동생들이지만(ㅋㅋ) 참 편하게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년이 지난 뒤 보는 이 무리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더라. 그래서 좋았다. 군대에서 막내였던 동생을 갈구기도 하고, 선임이었던 동생을 전역 후에 갈구는 재미도 쏠쏠하고. 모두 함께 공유한 군생활을 추억으로, 술안주로 삼아 함께 웃었다. 정말로 유쾌한, 헤어지기 아쉬운, 그런 만남이었다.
방학 때마다 부산에 자주 내려가지만 이번의 부산 귀향? 에서는 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여자친구의 외국인 친구를 부산에서 가이드 했는데 짧은 영어로 손짓 발짓, 옹알이 영어를 해가며 많은 대화를 했다. 스물 여덟의 스웨덴 친구였는데 외국인들의 시각, 한국에 대한 생각, 외국에 나가는 것에 대한 의견 등등 많은 것들을 얘기했다. 외국인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내게는 정말로 귀중한, 유익한 경험이었지. 말이 나오든 안 나오든 일단 영어로 말하고 보는 게 재미있었다. 생각이 안 나는 단어들 때문에 정말로 단어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를 꽤 받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
재충전 재충전 말은 많이 해봤지만 이번 일주일이 정말 내 짧은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재충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
이제부터는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적절한 휴식과 동기부여가 된 만큼(오래갔으면 좋겠다) 활기차게 내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분이 좋다.